♥ 2008. 08. 01. Fri. - 나를 살리신 예수님

첫째 날에 일정보다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기상 시간을 7시로 30분 늦췄다. 그런데 기상시간보다 일찍 눈을 떠 각자 새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수도 하고, 산책도 하며 둘째 날에 대한 각자의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침 묵상은 동영상을 이용해서 했다. 아직 성경만으로 말씀을 이해하기 힘들기에 이 방법이 말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수련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식사 미션이다. 이번 수련회에서도 매 식사 때마다 암송 구절을 외우게 했다. 오히려 학생들보다 선생님들이 외우기 힘들어 하며 이것을 외울 수 있을지 걱정을 하였다. 그런데 불평하지 않고 즐겁게 말씀을 붙들고 외우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고 오히려 도전이 되었다. 나중에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음 식사 미션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보다 부지런하지 못한 선생님들은 식사 미션을 거의 식사 1~2시간 전이 되어서야 붙이곤 했다.

식사 후 첫 일정은 영어찬양 배우기였다. "In Christ Alone (나의 믿음 주께 있네)"이라는 찬양이었다. 특별히 뛰어난 영어 실력도 아닌 내가 가르쳤다. 누구는 나의 발음을 식민지 발음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해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설픈 발음으로 한 곡의 영어 찬양을 배우게 되었다.

성경 표현하기 시간이 이어졌다. 예수님의 일생을 조별로 나누어서 각 조에게 주어진 방법으로 성경의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다. 연극을 통해, 찰흙 만들기를 통해, 종이 찢어 붙이기를 통해 표현하도록 하였다. 자기 조에게 주어진 성경을 본문을 읽고 성경에 대해 열정적으로 나누는 모습을 보니 그저 뛰어 놀기만 좋아하고 반항하는 것을 즐기던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했다. 선생님들도, 몇몇 학생들도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죽은 나사로를 연기하기 위해 휴지를 두르고 누워있는 정미영 선생님과 어색한 말투로 연기하는 (김)민정이와 또 다른 (강)민정이, 계속 웃으며 연기하는 진희, 찰흙으로 십자가에서 고난 받으시는 예수님과 그 상황을 묘사한 유보라 선생님, 찬일이, 은혜, 지현이도 참 열심이었다. 예수님의 배에 왕(王) 자(字)를 새겨 몸짱을 만들었던 섬세함까지 있었다. 그리고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게 어지럽혀져 있던 것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표현한 이정은 선생님, 한재, 은수, 권이도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무엇이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만 하면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지 않아도 즐겁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후 일정은 안영숙 사모님의 특강으로 시작됐다. "꿈을 찾는 나"라는 주제로 크리스천으로서 성공한 여러 역할 모델을 보여 주시고, 또 이 시대의 여러 직업에 대해 안내해 주시기도 했다. 과거보다 미래가 훨씬 많이 남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해 생각지 않았던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식사 시간이 지난 뒤 어김없이 몰려오는 졸음 때문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다. 너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신 사모님께 너무 감사했다. 특강이 끝난 뒤 박길서 목사님께서 준비해 주신 아이스크림은 우리의 영혼까지도 시원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코스별 훈련(OL; Orienteering, 오리엔티어링)이 이어졌다. 죄인이었던 우리가 예수님을 통해 회복되고, 천국까지 가기위한 인생의 여정을 5개의 코스로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밀양 영화 학교’에서 진행했다. 부족한 인력난(?) 때문에 학생회, 주일학교 교사는 물론이고 식사를 도와주시던 안영희 집사님과 성정수 집사님, 그리고 김영대 전도사님까지 동원하여 만든 초특급 프로젝트(?)였다.

첫 코스는 전체 과정을 설명하고 죄인의 인생이 천국까지 가는 길에 대한 안내를 하는 내용으로 성정수 집사님께서 담당하셨다. 두 번째 코스는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정죄를 받는 내용으로 안기순 선생님이 맡으셨다. 여러 가지 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신의 죄를 흰 종이에 쓴 뒤 등에 붙이도록 했다. 그 때부터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그 죄명이 자기의 이름이 되는 것이었다. 또 모든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손가락질과 함께 자신의 죄명을 공개적으로 지목 당하는 시간도 가졌다. 막말, 반항 죄 등 선생님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죄를 고백하기도 했다.

세 번째 코스는 죄인인 우리들을 마귀가 자신의 종으로 여기고 괴롭히는 내용이었다. 특별한 분장 없이 가슴에 반짝이 장식이 된 나비넥타이를 달고 김영대 전도사님께서 그 역할을 해 주셨다. 음산한 웃음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는 눈을 가리고 밧줄로 서로를 묶어 다음 코스까지 이동하게 하였다. 눈을 가리지 않은 조장에 이끌려 움직이는데 좌우를 구분하지 못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실제로 죄 가운데 헤매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유난히 많이 넘어지며 괴성을 지르던 은혜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어진 네 번째 코스에서는 예수님의 은혜로 묶였던 죄(밧줄)에서 풀려나 자유를 누리게 되는 내용으로 최분옥 선생님께서 진행하셨다. 마냥 자유만을 누리며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라는 명령처럼 자신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다. 잘 만들어진 십자가가 없어서 서로 짝을 지어 업고 가는 것으로 십자가를 지는 것을 대신했다. (김)민정이를 업고 가던 정미영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짊어져야 할 짐이 저렇게나 힘들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

그렇게 도착한 다섯 번째 코스에서는 살면서 겪게 될 유혹에 대해서 안영희 집사님의 인도로 듣게 되었다. 드디어 끝났다는 기쁨에 그냥 쉬고 싶었지만 죄의 유혹에 대해 다시 들으면서 마지막까지 믿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코스를 마치고 드디어 천국 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어설픈 환영 플랜카드와 기념 촬영이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OL을 하기 전에 전도사님과 함께 사전 답사를 위해 학교를 살펴봤었다. 걱정이 앞섰다. 살을 태울 것 같은 위력의 태양과 그것을 피할 그늘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괜히 계획된 프로그램이라 억지로 진행하다가 쓰러지는 학생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시간이 되어 무작정 학교로 와 보니 생각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너무 시원한 바람과 답사 때 보이지 않던 그늘이 많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갑갑한 공간에 갇혀 있던 것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더 밝아서 한결 마음이 좋았다. 프로그램을 장난처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매 코스마다 진진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자유시간과 저녁식사를 끝내고 둘째 날 밤을 준비했다. 저녁 집회 시간이 된 것이다. 설교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하나님을 경험해야 하는 시간이기에 나에게는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벌써부터 집회를 몇 시간 할 것인지 물어보고는 두 시간을 넘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평소에 한 시간의 예배도 제대로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인데 첫날의 경험 때문인지 두 시간이나 해달라고(?) 한다. 첫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예배 시간이 지루하기 때문에 긴 예배를 견딜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짧게만 예배를 드렸기 때문에 예배를 오랫동안 드리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 날과는 달리 어떤 말씀을 어떻게 전해야 할 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사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같은 얘기를 계속한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많은 말을 해야 학생들이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짧게 끝내도 되는 시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붙들고 노파심 많은 할머니처럼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 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낸 것 같다. 기도회가 이어지고 우리의 둘째 날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여전히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 위에 임했다. 평안했다.

다음 날은 물놀이가 계획된 날이다. 아이들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이제 어느 덧 친해졌는지 남학생들은 여학생 방을 기웃거렸다. 나도 같이 기웃거렸다. 집회 뒤 침묵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나조차 그 시간을 지키기가 힘들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느낌에 온몸이 풀렸다.

또 그렇게 다음 날을 기다렸다.